국민국가 단위의 사법권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법적 시도, ATS
강연에서는 먼저 1984년 인도 보팔에 있는 초국적기업 유니온카바이드의 살충제공장에서 유독가스가 누출된 사건을 소개했다. 즉사한 사람만 2,259명, 사고후유증으로 2만 명이 더 사망한 사건이다. 사고는 생산에 급급하여 안전에는 무관심한 경영이 낳은 참사였다. 사고 당시 미온적인 대응이 도마에 올랐다. 그러나 피해자에 대한 보상이나 가해자에 대한 처벌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도대체 왜 그랬을까? 이를 제대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지금까지 각국의 사법 시스템은 베스트팔렌 조약 이후 정립된 국민국가 단위에서 작동한다. 배타적인 영토와 국민에 대하여 해당 국가만이 최상위의 통치권한인 주권을 가지고, 사법권을 가진다는 것이다. 사법관할권은 기본적인 국가의 속성이고, 국제질서에서의 본원적인 주체는 오직 ‘국가’뿐이다. 그래서 국제법은 국가 간의 법이 된다. 이런 국민국가 단위의 사법권 한계를 뛰어넘자는 법적 시도가 여러 방면에서 진행되고 있다. 그 시도 중 하나가 미국에서 1789년에 제정된 법률인 ‘Alien Tort Statute 1789(ATS)’를 적용해서 초국적기업의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을 미국 법정에서 다투어 보자는 시도다.
초국적기업의 불법행위를 규제할 국제적 거버넌스 마련의 필요성
김승진 박사는 그 시도의 결과물인 일련의 미국 판례의 동향을 정리해 설명했다. 시도 결과, 1980년 이후 ATS법을 근거로 ‘외국 시민이 외국에서 행해진 인권침해 행위에 대하여 미국 법원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해석한 판례가 나왔다. 미국 법원이 인권침해 사건에 대하여 보편적인 관할권을 갖고 있고, 그 피고는 비국가행위자로 확대된다는 판례가 이어졌다. 하지만, 2004년 대법원에서 ATS법은 제한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미국 ATS법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특정적, 보편적, 구속적인 국제법 위반이 있어야 하고, 국제법상 행위자를 상대로 하여야 하며, 미국 법원이 적절한 관할권을 행사할 수 있는 사법당국이라는 것이 인정되어야 한다. 그러나 초국적기업의 해외에서 벌인 불법행위에 대하여 이러한 요건을 인정받아 소송하는 것이 쉽지가 않다는 것이다.
이처럼 초국적기업의 불법행위를 미국 ATS법을 통해 해결해 보려는 시도는 법 자체 해석의 한계 때문에 뾰족한 성과를 낼 수 없었다. 김승진 박사는 초국적기업의 초국적적인 불법행위를 규제할 수 있는 국제적 거버넌스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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