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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콜로키움
2021년부터 지구와사람은 서울연구원(1~3회), 경기연구원(4회~)과 공동주최로 기후변화 콜로키움을 진행합니다.
2050 탄소 제로(Net-zero)를 목표로 하는 현시기 신기후체제의 원인과 배경, 구체적인 상황의 위험수준, 각 영역에서의 tipping point를 넘지 않기 위한 대응책 마련, 삶과 문화의 적응과 전환의 필요성에 대해 국내외 전문가와 토론의 시간을 갖습니다. 이 콜로키움은 전환시대의 대안 모색과 함께 대중적 인식 제고를 위해서 지속적으로 전개될 예정입니다.
[콜로키움 기사] 지구적 재난 헤쳐나갈 정치체제 모색(단비뉴스 2023/11/24)
  • 2023-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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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비뉴스 2023.11.24  “대규모 난민 몰려들 한반도, 감당할 수 있을까” - 박정은 기자

[기후위기시대] 96. 지구적 재난 헤쳐나갈 정치체제 모색


 

“한반도는 (2070년) 인간이 거주 불가능한 공간에서는 빠져있다고 해도 기후로 인한 재난 스트레스로 고통받을 것이고, 아시아 전체 지역 혹은 다른 지역에서 몰려오는 대규모 난민과 정치적 불안감, 사회적 동요에 시달리게 될 것입니다.”

 

지난달 16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지구와사람’ 연구소에서 열린 ‘2023 기후변화 콜로키움’에서 조엘 웨인라이트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 교수가 이렇게 말했다. 그는 '기후 리바이어던: 지구적 기후 정치체제의 전망'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2070년을 내다보며 “한반도를 비롯한 북반구 국가들이 ‘살 수 있는 지역’으로 분류된다고 해도, 남반구에서 몰려올 대규모 난민으로 사회적 혼란과 갈등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웨인라이트 교수는 공저 ‘기후 리바이어던: 지구 미래에 관한 정치이론’ 등을 통해 기후위기 시대의 정치체제를 모색해 주목받았다. 이날 토론회는 경기연구원, 재단법인 지구와사람, 에너지전환포럼이 공동 주최했다. 현장과 줌 화상회의를 통해 50여 명이 참여했다.

 

2070년 모든 나라, 기후재난 따른 혼란과 갈등 불가피 

 

조엘 웨인라이트 교수가 ‘2023 기후변화 콜로키움’에서 2070년의 각국 기후 및 재난 상황을 전망하고 있다. 박정은 기자

 

웨인라이트 교수는 지구 평균 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섭씨 2도에서 2.5도가량 높아졌을 때 인간이 생존할 수 있는 지역과 생존할 수 없는 지역을 표시한 지도를 보여주며 발표를 시작했다. 아프리카, 중남미, 아시아의 많은 나라가 ‘그동안의 인류 정착지를 벗어난 지역’이라고 빨갛게 표시돼 있었다. 그는 점선으로 둘러싸인 아시아를 가리키며 “현재 40억 인구가 사는 큰 부분인데, 이 지역 대부분이 인간 정주가 불가능한 환경으로 바뀌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1.5도 미만으로 지구 온도 상승 폭을 제한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매년 12기가톤(Gton) 정도 탄소배출량을 줄여야 하는데, 이것은 불가능해 보일 정도로 어마어마한 양”이라고 말했다.

 

유엔(UN)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IPCC)의 6차 보고서에 따르면 지금의 각국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로는 지구 온도 상승 폭을 1.5도 아래로 억제할 수 없다. 현재 추세로 온실가스 배출이 이어질 경우, 지구 온도는 2100년까지 산업화 이전 대비 3.2도(최소 2.2도~최고 3.5도)가량 상승한다.

 

유엔(UN)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IPCC) 보고서를 바탕으로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Economist)가 재가공한 그래픽. 지구 곳곳의 인간 정주 여건이 2070년 무렵 어떻게 변할 것인지 전망했다. 조엘 웨인라이트 제공

 

기후위기로 가장 고통받는 것은 대부분 저개발국의 가난한 사람들이지만, 탄소 배출 책임의 대부분은 선진국 부유층에게 있다. 웨인라이트 교수는 “가난한 사람보다 부유한 사람들의 탄소 배출량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은 모든 부분에서 항상 동일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서울에서 부유한 사람들이 부유하지 않은 사람들보다 탄소 배출을 더 많이 하는데, 이는 국가 단위로 봐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영국 리즈대 앤드루 패닝 박사 등의 연구에 따르면 ‘지구 위험 한계선’을 초과해 배출된 온실가스의 91%는 북반구(선진국)에서 나왔다. 지구 위험 한계선이란 미래 지구를 위해 넘으면 안 되는 지구 환경의 한계선 지표를 말한다.

 

성장 중심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탄소중립 어려워

 

웨인라이트 교수는 각국이 자본주의 경제구조를 유지하면서 성장을 계속 추구하는 한은 탄소배출을 멈출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제가 성장할수록 에너지와 소비 물자는 더 늘어나고, 결국 (탄소)배출량이 늘어난다”며 “이는 분명한 상관관계를 그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주장은 영국의 경제인류학자 제이슨 히켈이 그레타 툰베리 등과 공동 집필한 〈기후 책〉에서 ‘탈성장’ 담론을 제시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히켈은 “성장을 지속하면서 에너지와 자원의 사용을 줄여 탄소 배출량을 영(0)으로 만들 수는 없다”며 “모든 경제 부문이 성장해야 한다고 여기는 관점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히켈은 이어 “재생에너지, 대중교통, 의료와 같이 꼭 발전시켜야 할 부문에 집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청년 기후활동가 등 패널과 토론하는 조엘 웨인라이트 교수. 그는 현재와 같이 성장을 추구하는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탄소중립 실현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박정은 기자

 

웨인라이트 교수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막기 위해 반드시 해야 할 일은 화석에너지 사용을 멈추는 것”이라며 “화석연료를 태우는 주체가 누구인지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엑손모빌, 아람코 등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기업을 예로 들었다. 미국의 기후책임연구소(CAI)가 1751년에서 2018년까지 누적된 온실가스 배출량을 기준으로 상위 10개 기업을 집계한 결과를 보면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기업 사우디아람코와 미국 석유기업 엑손모빌, 셰브런 등이 상위권에 올랐다.

 

기후정의 구현 위해 글로벌 정치체제 개편해야

 

웨인라이트 교수는 탄소배출에 책임이 없는 약자가 기후위기의 피해를 집중적으로 당하는 ‘기후불평등’을 해소하고 ‘기후정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정치체제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안으로 ‘자본주의를 거부하고, 기후위기에 관한 정치적 우선권을 특정 권력에 부여하지 않는 체제’인 ‘기후 엑스(X)’를 제시했다. 웨인라이트 교수는 저서(기후 리바이어던)에서 자본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기후 리바이어던(괴수)’, 비자본주의 질서를 따르는 ‘기후 마오(마오쩌둥)’, 극우적 성향의 ‘기후 베헤못(괴물)’을 모두 거부하는 ‘이상적인 미지수’로서 ‘기후 X’를 상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기후 X가 글로벌 기후정의 운동과 같은 직접 행동과 마르크스주의 좌파와 연대를 구축함으로써 실현될 수 있다고 밝혔다.

 

웨인라이트 교수 등이 제시한 기후위기 시대의 네 가지 글로벌 정치체제. 저자들은 자본주의를 토대로 미국과 중국이 지구적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기후 리바이어던이 가장 가능성이 크지만, 자본주의를 지양하고 뚜렷한 구심점도 없는 ‘기후 X’가 더 바람직한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기후 리바이어던: 지구 미래에 관한 정치 이론' 갈무리

 

웨인라이트 교수는 “미국이나 중국, 일부 자본주의 국가(소수 엘리트 그룹)는 기후변화를 이용해서 패권(행성적 주권)을 장악하려 하고 있다”며 “따라서 기후 리바이어던 개념이 결국에는 세계를 바꿀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동시에 미래에는 사회운동이나 시민운동이 계속 일어날 것이기 때문에 기후 X를 포함한 4가지 시나리오가 혼재되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기후 마오가 아시아에서 부상하는 동안, 극단적인 보수파를 대표하는 기후 베헤못이라는 그룹이 반대쪽에서 기후 리바이어던으로 가는 길을 막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은호 청년기후긴급행동 활동가가 조엘 웨인라이트 교수에게 질문하고 있다. 박정은 기자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 이은호 청년기후긴급행동 활동가는 “기후 X의 개념을 정치와 환경운동 영역에서 적용할 방법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웨인라이트 교수는 “소비자들이 먼저 나서서 (화석연료 제품을) 보이콧(불매운동)하는 것과 근로자들이 시위를 통해 생산을 중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규모로 같은 목적을 위해 무언가를 거부하고 함께 참여하는 방식으로 활동하면 경제, 사회의 변화가 일어난다”며 스웨덴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의 행동을 예로 들었다.

 

 

〉〉 기사 원문

http://www.danbi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4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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