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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콜로키움
2021년부터 지구와사람은 서울연구원(1~3회), 경기연구원(4회~)과 공동주최로 기후변화 콜로키움을 진행합니다.
2050 탄소 제로(Net-zero)를 목표로 하는 현시기 신기후체제의 원인과 배경, 구체적인 상황의 위험수준, 각 영역에서의 tipping point를 넘지 않기 위한 대응책 마련, 삶과 문화의 적응과 전환의 필요성에 대해 국내외 전문가와 토론의 시간을 갖습니다. 이 콜로키움은 전환시대의 대안 모색과 함께 대중적 인식 제고를 위해서 지속적으로 전개될 예정입니다.
2023 기후변화 콜로키움 7회 "기후 리바이어던: 지구적 기후 정치제제의 전망" 영상과 요약문
  • 2023-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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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6일 경기연구원, 지구와사람, 에너지전환포럼이 공동으로 주최한 2023 기후변화 콜로키움이 경리단 지구와사람 공간에서 열렸다. 

 

초청 연사인 조엘 웨인라이트(Joel Wainwright)는 오하이오 주립대학교 지리학 교수로 정치경제학, 기후변화의 정치학, 사회이론을 연구하고 있다. 제프 만(Geoff Mann)과 함께 공동 저술한 『기후 리바이어던: 지구 미래에 관한 정치이론』(2023년 번역출간)으로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으며 2019년 서섹스 상(Sussex Prize)을 수상했다. 

 

이 날 강연에서 웨인라이트 교수는 기후위기와 지정학에 관한 10가지 ‘사실’들을 밝히는 가운데 현재의 정치 위기를 진단했다. 그는 그의 저서에서 제시했던 지구 정치체제의 미래들 중 국가적 주권을 행성적 주권의 형태로 재조직하여 자본주의를 강화하고자 하는 지구적 질서인  ‘기후 리바이어던(Climate Leviathan)’을 향후 가장 유력한 형태로 전망했다. 그리고 현재 세계정세를 기후 리바이어던과 이를 저지하려는 극우 세력인 ‘기후 베헤못(Climate Behemoth)’이 전쟁을 벌이는 정치 위기로 보고, 향후를 전망하기 위해 새로운 상상력이 요청됨을 역설했다. 강연에 이어 지구와사람의 바이오크라시연구회 회장인 경희대학교 안병진 교수가 진행한 토론 시간에는 패널들과 일반 참여자들이 함께 기후 마오(Climate Mao)와 기후 X(Climate X)로 논의를 확장하며, 기후라는 가장 포괄적이고 중요한 변수의 관점에서 국제질서의 향후 전망을 심층적으로 논했다.  

 

 

 

 

 

  • * 이하는 강연과 토론 요약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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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1] 지구 온도 2~2.5°C 상승은 인류에게 재앙이 될 것이다. 거주 불가능한 지역의 증가는 물론, 기후 난민 문제를 비롯한 정치적 불안과 사회적 동요가 심각해질 것이다. [2] 이러한 피해를 막기 위해서 탈탄소화를 이루어야 한다. 화석연료가 아닌 다른 연료를 사용함으로써 기온 상승 폭을 줄여야 하는데, 가령 기온 상승 폭을 1.5°C 미만으로 줄이려면 매년 12기가 톤의 화석연료 감축이 필요하다. 이는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한데, [3] 부유한 사람들이 가장 많은 탄소를 배출하기 때문이다. [4] 최근 탄소 배출량 증가는 부유한 엘리트 소비에 의한 것이다. 부유한 사람들 역시 환경 문제를 우려하지만 탄소 배출을 줄일 만큼의 동기 부여를 받지는 못한다. 이들이 변화하려면 더 힘 있는 것의 변화, 더 매력적인 이데올로기가 나타나야 한다. 이들의 소비행태는 ‘성장’을 지향하는 자본주의라는 이데올로기이자 시스템에서 기인하기에, [5] 사회가 발전할수록 더 많은 물질과 에너지를 소비하게 되고 탄소 발자국이 늘어난다. 그러나 [6] 비화석 연료를 통해 에너지를 생산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에너지 소비량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1970년부터 비화석 연료 발전량이 서너 배 이상으로 늘어났지만, 에너지 공급 가격이 떨어지면서 더 많이 소비하게 되는 모순이 생겼다. 중요한 것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많이 배출하는 민간 기업이나 공공기관들이 연료 사용을 줄이도록 하기에는 지금의 기후정의 운동 등은 너무 미약하다. 그래서 『기후 리바이어던: 지구 미래에 관한 정치이론』를 함께 쓴 제프와 나는 다음 질문을 던졌다. 전 세계가 모두 빠른 속도로 탈탄소화하려면 정치적으로는 어떤 모습과 변화가 필요한가? 이 질문은 일반적으로 현재의 사회과학자나 정치과학자가 던지는 질문은 아니다. 과학자들은 비과학적이라 치부하는 ‘추측’에 의존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7]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미래를 생각해보는 데는 추측 말고는 다른 선택 사항이 없다. 그래서 우리는 이 책을 쓰게 되었다. 우리는 두 가지 질문에서 출발했다. 1. 미래에도 계속해서 글로벌 스케일의 자본주의 경제체제가 유지될 것인가? 2. 자본주의 엘리트 그룹들이 기존의 주권 개념을 바꾸어 행성적 주권을 도입하게 될 것인가? 이 두 가지 질문에서 4가지의 가능성이 그려졌다. 그 중 가장 가능성 높은 것이 기후 리바이어던이다.

 

즉 지금 이 세계의 자본주의 엘리트 그룹들은 그들의 특권과 부를 유지하기 위해 주권을 국가가 소유하는 형태에서 행성적 주권으로 바꾸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전 세계 보수파를 대표하는 힘인 기후 베헤못이 진보파의 새로운 힘과 새로운 헤게모니 구축을 저지하고 있다. [8] 현재 전 세계는 심각한 정치 위기 시대에 접어들었다. 전 세계적으로 자유주의 정당이 쇠퇴하고 극우파가 부상하고 있다. 극단적 보수진영이 인종차별주의, 국수주의, 신진보주의 형태를 띄고 대두되면서, 경찰력과 군사력을 증강하고 사람들을 감시하는 등 억압 수단에 대한 국가의 투자가 증가하고 있다. 또한 자본 축적이나 패권 전략을 둘러싼 갈등 해결을 위한 법적 수단에 대해 엘리트 그룹 간의 합의가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이에 따라 전쟁이 증가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최근에는 가자지구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이 심각한 상태로 치닫고 있다. 그보다 더 위험한 것은 미-중 대결 구도의 신냉전이다. 이런 상황이니 기후 리바이어던은 베헤못에 저지되어 실현 불가능할 것이라 여겨지지만, 나는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전 세계적으로 분쟁이 계속 일어난다고 해도 결국에는 기후 리바이어던이 세계를 바꿀 것이라고 생각한다. 가령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의 자본주의 엘리트 그룹들은 [9] 태양지구공학(solar geoengineering)과 같은 새로운 기술 개발로 기후변화에 대응하고자 한다. 이들은 햇빛을 차단할 수 있는 기술을 통해 탄소를 감축하지 않고도 지구온난화에 대응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것은 행성적 주권 개념을 새로운 형태로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지구공학의 실행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고 그 실행 여부도 불확실하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인자와 변수들이 작용하는데, 그 가운데서도 미-중 관계가 중요한 요인이다. 양국 간의 긴장도가 너무나 높아지고 있어서 전쟁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다. 미-중 관계의 향방은 이 두 국가 간의 긴장도뿐만 아니라 양국의 국내 정치라는 복잡한 문제까지 함께 얽혀서 쉽게 예단하기가 어렵다. 특히 중국은 이제 헤게모니뿐 아니라 경제까지 장악하여 세계 자본주의의 중심에 우뚝 선 게 나라가 되었다. [10] 앞으로 중국은 그 영향력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지금 위기 상황의 근본적인 문제는 우리가 상상력 한계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 전 세계 많은 이들의 다양한 생각들을 최대한 활용해서 해결책을 모색해야만 한다. 

 

 

토론  

 

패널인 경기연구원 한진이 연구위원은 코로나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등 전 지구적 사건들을 겪으며 전 세계가 행성적 주권으로 나아가기보다는 국가 간 경계가 분명해지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밝히며, 기후 X가 이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될 수 있을지 질문했다. 청년기후긴급행동 이은호 활동가 역시 기후 X에 대해 질문했다. 『기후 리바이어던: 지구 미래에 관한 정치이론』에서 전망하는 네 개의 정치제제 중 기후 X는 현재의 주권 논리를 거부하고 사회나 자연과 상호적인 관계를 맺고 그것들을 책임질 권리를 요구하는 운동인 바, 기후 X가 취하는 주권에 대한 관점과 책임질 권리에 대한 설명을 요청했다.

 

두 패널의 질문에 대해 조엘 웨인라이트 교수는 청년 활동가들이 비자본주의적이고 비주권적인 기후 X에 관심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짚었다. 정치나 환경운동이 어떻게 비자본주의적이고 비주권적일 수 있는가? 그에 대한 예시로 그레타 툰베리의 시위가 있다. 툰베리는 학교에 가지 않는 시위를 통해 큰 반향을 일으켰는데, 그것은 사람들에게 기후변화로 인해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르는 미래에 대한 준비나 배움의 권리라는 것이 환상임을 직관적으로 전달했기 때문이었다. 또한 그녀가 어떤 사회 정치적인 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하지 않음’을 통해서 시위를 했다는 것이 중요한 지점이었다. 또한 웨인라이트 교수는  행성적 주권과 관련해, 기후 리바이어던이 자칫 비민주적인 제국주의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그렇기 때문에 미-중 관계에 대해서 긴장해야 함을 재차 강조했다. 태양지구공학 등의 신기술로 지구 온도를 조절함으로써 자본을 축적하거나 패권을 장악하려는 그룹들을 주시하고, 필요한 경우에는 뜻을 모아 함께 움직여야 함을 역설했다.

 

이어 현장 참석자들의 질문과 발언이 이어졌다. 맑스주의를 공부한 경상대학교 정성진 명예교수는 기후 마오에 대해 웨인라이트 교수와 토론했다. 포럼 지구와사람 대표인 연세대학교 김왕배 교수는 향후 정치 지형에서 제3세계 혹은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이 지역과 기후 마오와의 연관성에 대해 질문했고, 기후 아나키(Climate Anarchy) 개념을 새로이 제안했다. 에너지전환포럼 임재민 사무처장은 재생에너지 발전이 화석연료 발전에 비해 자본을 분산시키고 보다 많은 사람들의 참여를 가능하게 한다는 특성에 주목하면서, 기후 X의 가능성을 높이는 데에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방식을 고민하고 전략적으로도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공유했다.

 

다시 한진이 연구위원이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이나 적응을 위해 미국 정치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이은호 활동가가 책 내용 중 ‘진보’와 ‘생성’ 개념과 관련해 질문을 했고, 이들에 대한 웨인라이트 교수의 답변이 있었다. 웨인라이트 교수는 미국의 글로벌 정치가 군사력을 바탕으로 한 제국주의적 행태를 강화해온 것을 강력히 비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청년 세대들이 관심 갖는 ‘기후 X’가 현재의 정치적 위기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미지의 전략을 함께 찾아보자는 뜻을 담은 명명임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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