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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와사람은 다양한 강좌를 열어 생태대를 향한 비전을 많은 분들과 공유해오고 있습니다. 지구법강좌는 지구법(Earth Jurisprudence)을 국내에 소개하고, 현재 인간중심주의의 산업문명이 초래한 폐해들을 다루며 대안을 연구,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2015년부터 사단법인 선과 공동 주최로 연 4회 개최하고 있습니다. 대한변호사협회 지정 변호사 인정 연수 프로그램으로, 주요 대상은 거버넌스 체계의 변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는 법률가-변호사와 로스쿨생 그리고 학문후속세대 등입니다. 그밖에도 다양한 특강을 수시로 열어 이야기를 듣고 의견을 나누는 시간을 갖고 있습니다.



2016 지구법강좌 제3강 "동물법의 동향과 주요 쟁점"
  • 2016-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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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9일 강연을 맡은 강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함태성 교수는 미국에서 샌디에고에서 공부하면서, 미국 동물법의 동향과 이슈를 처음으로 접하게 되었다고 한다. 샌디에고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최남단의 살기 좋은 도시로, 샌디에고동물원과 씨월드범고래 '샤무'쇼로 유명한 도시. 동물원이 유명한 만큼 이곳에는 동물 관련 연구도 활발하다. 함 교수는 샌디에고에서 공부하지 않았다면, 동물법에 대한 관심을 갖지 못했으리라고 말했다. 동물법과의 운명적인 만남이었다.
미국은 소득이 늘어남에 따라 반려동물이 증가했다. 반려동물이 인간의 삶과 보다 긴밀하게 결합하면서 동물에 대한 법적인 보호 확대 역시 이슈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추세를 반영하듯 미국의 코넬대 역사학자 Dominick Lapra"21세기는 동물의 세기"라고 말하고 있다. 한국도 반려동물 천만 시대를 맞이했다. 국민소득 3만 달러 가까이로 진입하면서 동물에 대한 인식 변화와 함께 반려동물 시장 규모가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2016년에는 2 2,900억 원, 2020년이면 5 8,100억 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카라와 같은 동물보호단체의 확대를 통해 단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국내에서도 동물과 관련하여 다양한 법적인 이슈들이 제기되고 있다. 동물학대 단속 및 처벌 강화, 동물보호교육 의무화, 개식용 철폐, 길고양이와 생태적 공존 모색, 반려인과 반려동물이 살기 좋은 여건, 공장식 축산 금지, 동물원법 제정 및 동물원 허가제 도입 등이 그 이슈들이다동물 보호는 정치적 운동으로도 진행되고 있다. 네덜란드의 경우 "Party for the Animals"이란 정당이 의회에서 2석을 차지하기도 했다.

인간과 동물의 관계
먼저 이러한 법적, 정치적 운동이란 관점의 배경이 되고 있는 인간과 동물 사이의 철학적 논의를 소개한다. 공리주의 철학으로 유명한 벤담은 '도덕과 입법의 원리서설(Introduction to the Principles of Morals and Legislation)'에서 동물학대를 비판하면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문제는 사고하는 능력이나 말하는 능력이 아니라 고통을 느낄 수 있는가다.' 동물도 인간처럼 고통을 느낀다는 점에서 동물학대는 금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생명윤리학자 피터 싱어는 "인간이 동물보다 우월하지만, 동물도 인도적 대우를 받아야 한다. 인간에게 유익함을 주는 경우 동물 이용이 가능하다"고 하면서, 동물복지론을 확립했다. 그는 종차별주의를 개념화하고 비판했다. 그에 의하면, 종차별주의(speciesism)는 자기 소속 종은 옹호하고 다른 종은 배척하는 경향인데, 인종차별이나 성차별이 옳지 않은 것처럼 종차별도 옳지 않다는 것이다. 그 논리적 귀결은 '동물 해방'이다한편, 동물권론이 있다. 동물권론은 동물도 인간처럼 본원적인 도덕적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입장이다. 대표적으로 톰 리건(Tom Regan)"Empty Cages"에서 "동물도 본원적 권리를 가지고 있다. 인간의 권리를 존중하듯이 동물의 그것도 존중해야 한다"고 갈파한다.

동물과 법
바로 위의 내용까지가 철학자들의 도덕적 정당화 논의다. 그러나 법적인 논의로 넘어 올 때, 과연 동물이 권리의 주체가 될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이 문제가 된다. 모두 알다시피, 현행법상 동물은 권리의 주체가 아니라 권리의 객체일 뿐이다. 권리의 주체가 아니니, 소송을 제기하고 소송에서 당사자가 될 수 있는 자격, 즉 소송법상 '당사자능력'도 없다. 지금 한국 법의 현실은 그 정도에 머물러 있다

일반적으로 동물과 관련한 법적인 보호가 가능하려면 3가지 요건이 필요하다. 우선, 동물을 보호하는 법령이 우선 입법되어야 한다. 두 번째로, 그 법령이 적절하게 집행되어야 한다. 끝으로, 그 집행을 통해서 법령을 준수하는 관행의 확립되어야 한다. 이렇게 3가지가 정리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동물법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논의가 있다. '동물을 대상으로 한 법'이라는 사람도 있고, '동물의 보호, 이용 관리를 주된 내용으로 하는 법'이라고도 한다. '동물복지를 기초로 하는 법'이라고도 하고, '동물 관련 법 이론과 판례, 입법 및 정책을 다루는 법'이라고도 한다. 어느 입장이든 법학의 새로운 분야로서 동물법에 관한 논의다

그렇다면 살펴보자. 동물법이란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규율하는 법이다. 현행법으로 동물보호법이 있다. 동법은 보호대상으로서의 동물을 정의하고 있다. 이에 의하면, 보호대상이 되는 동물이란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척추동물로서 농림부장관이 정하는 것'으로 정하고 있다. 식용을 목적으로 하는 파충류 이하는 동물보호법 적용 대상 아닌 것으로 되어 있다그러나, 보호대상으로서의 동물을 정의할 때 쾌고감수능력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논의가 강력하다. 벤담의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말 그대로 동물이 고통이나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보호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유인원에 대한 동물실험은 금지되어야 한다는 것은 거의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동물법의 개념을 동물의 보호, 이용, 관리를 주된 규율 내용으로 하는 법이라고 보면, 한국에는 이에 대한 법으로 동물의 보호에 관한 동물보호법, 동물이용법제로는 '실험동물에 관한 법률' 등이 있고, 동물관리법제로는 '가축전염병예방법' 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동물복지 또는 동물권을 기초로 하는 법이 있다고 할 수 있는가? 동물복지란 동물의 기본적인 욕구가 충족되고 고통이 최소화되는 행복한 생태를 말한다. 한국의 실정법은 동물법 고유의 이념이나 지도원리, 기본원칙, 독자적인 규율 내용을 확보하고 있다고 할 수 없다. 법인격이란 자연법적인 것도 선험적인 것도 아니다. 법에 의해 보호되는 법인격이란 법질서에 의해 비로소 부여되는 것이다. 이러한 법적인 관점에서 동물에게 제한적인 법인격을 부여하자는 주장도 있고, 지각있는 재산(sentient property), 살아있는 재산(living property)으로 보자는 주장도 있다.

관련하여 독일의 법제는 의미 있는 진전을 보여 주고 있다. 독일민법 제 90a'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동물은 별도의 법률에 의해 보호된다. 그에 대한 다른 정함이 없는 한 물건에 관한 규정이 준용된다'고 정하고 있다. 한국의 법이 동물을 물건 즉 동산으로 보는 것보다 한 걸음 나아갔다. 또 제 251조 제 2항 제 2문은 '피해 입은 동물을 치료하는 비용이 동물의 가액을 현저히 상회한다는 것만으로 그 비용지출이 과도한 것이 되지 아니한다'고 정하고 있다. 이는 단지 동물이 물건으로서의 교환가치보다 사람이 부여하는 관계와 관심, 애정의 가치가 훨씬 클 수 있고, 교환가치보다 치료비용이 클 경우라도 그 관심과 애정에 상응하는 보상이 주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독일 민사소송법 제 811c'가축의 범위 내에서 그리고 영리목적을 위한 보유가 아닌 동물은 압류에 제공될 수 없다'고 규정한다. 팔기 위한 동물이 아닌 반려동물은 압류의 대상이 아니라고 정하여, 동산으로서의 물건과 명백하게 다른 규율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구체적인 법률의 뒤에는 독일헌법이 있다. 독일기본법 제 20a'국가는 장래 세대에 대한 책임 하에 이 헌법적 질서에 적합한 범위에서 자연적인 생활 여건과 동물을 보호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미국은 법률보다 소송을 통해 동물법의 진전이 확인되고 있다. 미국 뉴욕주 침팬지 4마리가 인간을 고소했다. 뉴욕주립대 소유로 되어 있는 침팬지가 자신을 위한 인신보호영장발부를 요구했다. 비인간권리협회가 소송을 대리했지만, 당사자는 침팬지였다. 그중 Nim이라는 침팬지는 언어실험의 대상이 되어 인간과 같이 길러지고 인간의 언어를 익혔다. 300개의 수화를 한다. 법원은 침팬지의 신청을 기각했으나, 판결 이유에서 '이제 우리도 동물의 법적 지위나 권리에 대하여 검토할 때가 되었다'고 설시한 바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도롱뇽 사건이 있었다. 천성산 터널을 반대하여 환경단체가 나서서 천성산에 서식하는 도롱뇽을 원고로 하여 제기한 소송이다. 도룡뇽 사건에서 우리 법원은(대법원 2006. 6. 2. 20041148 결정) "자연 그 자체로서는 소송을 수행할 당사자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결정한 바 있다. 동물의 권리주체성을 부인하는 판결은 이어진다. 대법원은 "반려동물을 잘못하여 죽인 경우, 반려동물이어도 동물 자체가 위자료 청구권의 주체가 될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2013. 4. 25. 2012118594 판결). 사실, 이는 법이 개정되지 아니하는 이상 피하기 어려운 결론이다. 그러므로 법제도 개선이 중요하다. 관련한 민법개정안 조문은 나와 있다. 민법개정시안 제 982항은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동물은 별도의 법률에 의해 보호된다. 동물에 대해서는 다른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물건에 관한 규정이 준용된다"는 안을 제안하고 있다.

구체적인 법률관계 검토
그렇다면, 동물을 해치는 행위에 대한 불법 행위의 책임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반려동물의 경우, 가족구성원과 같은 살아 있는 재산이라고 볼 수 있다. 법원은 반려동물에 대해 단순한 물건으로 보는 입장을 넘어선 전향적인 판결을 보이고 있다. 원고의 개에 대하여 보험회사로 하여금 개의 객관적인 가격을 넘는 수준의 보상을 명하고 있고, 원고의 위자료 청구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0가단414531).
타워팰리스에서 35Kg 정도 되는 큰 개를 키우는 집과 이웃집 사이에 법적 분쟁이 있었다. 그 이웃집 사람이 큰 개를 키우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가처분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법원에 의해 그 신청은 기각되었지만, 이를 계기로 서울시 표준규약에서 15Kg 이상 개를 키우는 것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정해졌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행복추구권제한으로 볼 수 있다. 공동생활에 피해를 미치는 사항이 없다면, 허용되어야 하는 것이다. 규약으로 제한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개별적인 상황에서 구체적인 피해가 무엇인지 살펴야 할 성질의 분쟁인 것이다. 구체적인 쟁송에서 피해를 주장하는 상대방이 피해사항을 입증해야 할 성질의 분쟁이다동물양육권의 문제도 있다. '이혼 시 함께 키우던 반려동물을 누구에게 맡길 것인가?', '양육비청구나 접촉권을 인정할 수 있는가?'와 같은 문제도 현실화될 것이다
옆집 개를 전기톱으로 죽인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도 있었다. 옆집에서 키우는 맹견이 자신의 개를 물자 전기톱으로 맹견을 두 동강 낸 사건이다.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재물손괴와 동물보호법위반으로 유죄를 선고했다. 피고인의 행위가 동물보호법이 정한 '목을 매다는 등의 잔인한 방법으로 죽이는 행위'에 해당 한다고 보고 동물학대금지를 위반했다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법원은 '동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고 존중하는 동물보호법의 입법취지를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는 해석을 제시한 판결'이라고 자평한 바 있다

이처럼 이번 동물법 강좌에서는 동물에 대한 철학적 관점에서부터 시작하여, 동물을 대상으로 한 각국의 입법과 우리 실정법 등 다양한 법률적 대응을 살펴보고, 바람직한 입법방향까지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자리였다. 구체적인 법적인 문제 역시 살펴 보았다. 아직은 논의가 숙성하지 않았지만, 계속하여 동물법에 대한 관심은 늘어날 것이고, 그에 따라 법률가에게 기대되는 역할 역시 늘어날 것이다. 함태성 교수의 계속되는 연구의 성과가 축적될 것을 기대하며, 다시 한 번 그 성과를 공유할 기회를 가질 것을 기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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