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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와사람은 생태적 삶을 실현하기 위해서 문화예술사업을 전개합니다.
지구와사람은 생태적 삶을 실현하기 위해서 문화예술사업을 전개합니다. 연극, 시, 음악, 영화, 무용, 디자인 등 다양한 예술장르의 만남과 표현을 통해서 우리 안의 생명 감수성을 일깨우고 삶의 원형을 체현하고자 합니다. Art for Earth에서 탄생하는 새로운 형태의 이야기를 통해 지구와 사람의 관계에 대한 재인식의 기회를 제공하고, 다양한 예술창작사업을 통해 생태예술(Ecological Art)을 새롭게 정의하고 만들어갑니다.

2021 전시 <펼쳐진 구 UNFOLDING TEXT>
  • 2022-01-19
  • 924


전시 〈펼쳐진 구 UNFOLDING TEXT〉는 2021 예술인 파견지원사업 -예술로에 참여한 예술가들과 지구와사람이 함께 추진한 동명의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는 결과 보고 전시이며 지난 11월 17일부터 11월 20일까지 유재에서 열렸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주최, 지구와사람 주관, 문화체육관광부 후원)
 

지구와사람에 파견된 5인의 예술가들은 '예술이 어떻게 생태 운동에 숨을 불어넣을 수 있을까?' 에 관하여 질문을 떠안고, 지구의 꿈을 읽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기후변화 대응 프로젝트를 구상하는 과정을 거쳐 전시를 여는 6개월간의 활동을 펼쳤다.
전시 마지막 날인  11월 20일에는 'Artist Talk' 를 통해  작가들과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전시서문

우리가 이 태초의 설계를 볼 수 있는 시간도 있을 것이다. 그것은 마치 양피지에 쓰인 글자처럼, 나중에 쓴 글자를 지우면 본래의 글자가 나타나는 것과 같다.” (토마스 베리, 지구의 꿈)

 

동굴에서 발견되는 양피지 위의 글월은 흔히 겹쳐져 있다. 태초에 소리로 쓰여진 신의 문장과 그 문장의 의미를 종종 오독해 온 인간의 문장으로. 생태신학자 토마스 베리는 제안한다. 나중에 쓰여진 인간의 문장들을 지금 시대에 지우면 비로소 신의 문장이 동굴 속에 울릴 거라고. 그 울림 속에서 떠오르는 것은 인류세를 관통하는 하나의 이미지 또는 이야기다. 이를테면, 천체들은 왜 하필 회전하는 걸까? 문득 이러한 물음에 사로잡히는 호모 사피엔스의 생각하는 자세가 회전축이 기울어진 지구의 모습을 꼭 닮았다는 것 말이다. 신이 자신의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했다거나 세계란 신이 꾸는 꿈이라는 오래된 이야기들은 다시 음미 될 필요가 있다. 토마스 베리는 지구의 다양하고 다채로운 생태가 지구의 기울어진 양식에 기반한다고 말한다. 스스로 그러한 자연은, 기울이니 펼쳐지는 지구의 꿈. 우리는 그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말이다.

 

전시 펼쳐진 구 Unfolding Text2021 예술인 파견지원사업-예술로에 참여한 예술가들이 지구와사람과 함께 추진한 동명의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는 결과 보고전이다. 생태문명을 모색하는 모임인 지구와사람, 토마스 베리가 창안한 지구법학을 토대로 자연의 권리를 현실화하는 거버넌스 시스템을 연구하며 보다 많은 생명들을 사람’(소위 원주민 사상에선 영이든 동물이든 인간이든 감각을 가진 모든 존재를 사람(person)으로 본다)으로 불러 모으고 있다. 이 모임의 최근 문화예술에 대한 고민 예술이 어떻게 우리 생태 운동에 숨을 불어넣을 수 있을까? 여기에 파견된 5인의 예술가들은 이 질문을 떠안고, 지구의 꿈을 읽고 기후변화 대응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전시를 여는 일련의 활동을 펼쳤다. 그러면서 마주한 것은 생태예술 이전에 예술의 생태였다. 전 지구적 생태 위기에 직면하여 인간 너머를 지향하는 새로운 지식과 사상, 정치 실험과 문화 운동이 확산되는 시대 흐름에 속해 있으면서도 어쩐지 무기력해지고, 때로 어깃장을 놓고 싶고, 정말은 침묵해야만 할 것 같은 예술. 예술이 생태 운동에 쉬이 융화될 수 없는 것은, 그것이 이러한 흐름을 주도하는 정치나 문화와는 다른 생태를 갖고 있는, 하나의 생명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예술은 존재의 다른 언어들을 감지하고 그것을 그것 자체로 불러내는 일이기에 지구 생태 문제와 깊이 연결돼 있다. 그러므로 이렇게 답할 수 있을까? 예술이 예술을 생기롭게 살려냄으로써 라고.

 

교류란 근원이 다른 물줄기들이 서로 섞여 흐르는 것이었다. 그 흐름 속에서 우리는 아마도 서로 저항하며 귀 기울였다. 그리고 다시금, 자신의 근원에서 울려 오는 무언가를 기울여 듣는 동굴의 시간. 새로 지은 글월들이 1117일부터 20일까지, 나흘간 삼청동 유재에 쓰여진다. 곧 지워질 것이지만(!), 유재留齎의 미덕을 음미하며. “솜씨를 다 쓰지 않고 남기어 자연으로 돌아가게 한다”(추사). / 현지예


백은영 작가

버들, willow〉는 작가의 창작 주제인 산책 시리즈 중 하나이다. 작가는 생태공원을 산책하며 인상깊게 본 버드나무를 드로잉 하여 종이에 담는다.  나무를 자연의 풍경 이미지가 아닌 하나의 대상으로 온전히 관심과 시간을 들여 바라보고 감각한다. 늘어진 버들 가지는 이리저리 바람에 실려 몸을 비튼다. 부드러움과 연약함 하지만 어떤 단단함. 자기만의 몸가짐을 가지고 있다.





윤자영 작가

등을 굽혀 읽는 것은 창작자가 자연물 중 식물을 바라보고 함께 거주하며 떠오른 여러 단상을 글로 써 내려간 작업이다. 식물들이 촉발시켜준 단상들은 인간인 본인의 몸과 기억을 통과하며, 생태계 안에서 창작자로서의 관점을 되새김질 해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었다. 본 글은 이러한 되새김의 생각들을 보이지 않는 것, 희귀한 형태, 시간의 틀과 같은 단편적 주제들로 풀어낸다. 등을 굽히며 발밑 언저리에서 식물을 만났던 순간을 읽기의 방식으로 전환하며, 하나의 인간이자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의 단상 혹은 고백들을 펼쳐 놓고자 한다






이유리 작가

이유리는 뉴미디어 작업을 하는 작가로 주로 로보틱스와 생태를 주제로 하여 작업을 발표해오고 있다. 이번 펼쳐진 구 Unfolding Text’ 프로젝트에서는 곰팡이 읽기를 통해 일련의 곰팡이 관련 작업을 하면서 드는 생각, 생태와 예술의 연결고리, 지구라는 환경 안에서 예술이 갖는 의미 같은 것들을 하나둘 펼쳐 보인다. 자연과 인공을 연결하고 그 경계를 탐구하는 작품을 만들어오는 과정에서 우연히 곰팡이는 어떤 특별한 존재로 다가왔는데, 곰팡이류의 뛰어난 지능이 그러했고 자연의 순환에서 곰팡이가 담당하는 역할이 그러했다. 특히 이번 텍스트 게임 안에서는 예술가의 일을 곰팡이의 작업에 비유하면서, 도무지 만나지 않는 생태와 예술의 방향성을 원의 운동이라는 공통점을 매개로 포개고 있다. 순환, 제자리로 돌아오면서 다시 새로워지는 이상한 현상이 자연에서, 그리고 예술의 과정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고, 그것이 건네는 의미는 작가에게 이전과 다른 관점을 만들어낸다. 곰팡이를 직접 기르고 돌보는 과정, 그리고 여러 작품을 관통하는 주요한 생각들을 곰팡이 읽기라는 텍스트 게임에서 플레이하고 공유하는 과정을 통해, 읽히지 않는 텍스트가 만드는 어떤 공간 안에서 이루어지는 탈인간적 소통을 탐구하고 사유한다.





정윤선 작가

〈Y:갯벌 이야기는 현재 한국의 갯벌이 겪고 있는 일련의 사건-쏙의 이상증식으로 인한 바지락 양식장 초토화-토대 위로 창작자의 상상력을 얹어 재창조해 낸 픽션텍스트이다. 지금으로부터 8000년 전, 현재와 같은 땅과 바다의 모습이 갖춰진 이래로 갯벌은 이 두 거대 세계 사이에 존재해왔다. 갯벌은 지구과정(earth process)이자 그 자체로 생명이다. 달과 태양이 지구를 끌어당기는 힘(인력)으로 밀물과 썰물이 발생하고 이러한 조수간만의 차이로 옮겨진 퇴적물은 다양한 생물의 삶의 터전으로, 육지와 바다의 완충지대로 역할 해 왔다. 그런데도 우리 인간이 산업 세계에 매혹되어 수차례 갯벌을 훼손해왔음은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사실로 간척사업과 같은 무분별한 개발과 남획, 해양오염이 그것이다. 정윤선은 이 텍스트를 통해 우리 세계에 고착된 인간중심주의관점의 민낯을 드러낸다. 생물 세계와의 상호교감, 존재에 대한 감각을 잃은 인간의 상황에 끊임없이 말려들어 멸종위기를 맞는 야생세계의 존재들에게 우리는 진심으로 공감했던 적이 있는가? 이 텍스트는 아름답고 푸른 행성에 함께 거주하는 지구 생명 공동체와 인간의 관계, 그 근원에 대해 생각해볼 것을 권유한다





현지예 작가

생태신학자 토마스 베리가 쓴 책 지구의 꿈을 필사했다.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지 않고 양손이 주거니 받거니 탁 탁 타닥 탁, 충만한 고독을 타격하며 92개로 조각난 지구의 꿈. 문득 아주 어릴 적에 자주 꾸던 꿈이 떠올랐다. 실 한 가닥이 끊임없이 흘러나와 엉키는 걸 지켜보는 꿈. 악몽이었다. 매듭들은 잘 풀리지 않았고 너무 많았다. 그 꿈에는 아무도, 심지어 나조차도 등장하지 않았다. 단지 생각만으로 이루어진 꿈인 듯 했다. 오랜 시간이 흘러 매듭들을 건네볼 생각을 한다. 지구의 꿈을 사람들과 한 조각씩 나눠 갖는다. 자르고 말고 묶고 건넨다.

 






전시 〈펼쳐진 구 UNFOLDING TEXT〉 Artist Talk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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