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논문은 2022년 9월 23일 “자연과 인간의 행복한 공존을 위한 법적 모색”이라는 주제로 개최된 한국환경법학회 제152회 정기학술대회에서 발표한 내용을 수정・보완하였으며, 2019년 대한민국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임(NRF-2019S1A6A3A02058027)
[국문초록]
환경법의 체계적인 발전에도 불구하고 지구적 환경위기가 가속화하는 까닭은 현행 환경법이 우리 경제체계 자체의 지향과 같은 근본 원인은 다루지 않은 채 일상 행위의 외부효과(externalities)만을 관리하도록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근본적으로는
“현행 전체 법체계는 자연을 생명의 원천으로 보지 않고 단지 인간에의 효용성에 따라 자원으로, 재산으로 또는 자연자본으로 그 가치를 평가하는 사고 또는 태도” 때문이다. 이러한 배경과 맥락에서 자연의 권리론이 법학에서 진지하게 고민되기 시작했다. 살아 있는 생명 부양 체계로서 자연이 더 이상 인간의 이익을 위한 단순한 자원 또는 재산으로 ‘편의적’으로 취급되지 않도록 법 주체로서 지위를 부여하고자 권리를 호명하는 것이다.
이 글에서 자연의 권리 정당화를 둘러싼 논의 결과를 세 가지로 정리하였다. 첫째 자연의 권리는 개체적 권리가 아니라 (집단적 권리의 한 유형인) 집합적 권리(collective right)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라즈(Joseph Raz)의 권리공식에 따르면 “집단의 고유한 이익이 타인에 의무 귀속을 정당화하는데 충분한 중요성을 갖는다”면 권리가 창출될 수 있다. 자연 생태계 자체는 시간 속에서 자신의 존재성을 유지할 이익, 자신이 지탱을 돕고 있는 생명부양체계의 존재 이익, 그리고 그러한 체계의 재생산과 재생성을 가능하게 하는 조건의 보호 이익 등을 갖는다. 생태계, 예컨대 강은 물과 공기, 돌, 숲, 동식물 그리고 인간 등으로 이뤄진 결합체(assemblage)로, 이러한 의미에서 자연의 권리는 집단적 권리로 볼 수 있다. 둘째 권리가 귀속되는 법 주체성의 문제는 법에서 “person”의 인정 문제로 다루어진다. 법에서 사람은 권한과 의무를 가질 수 있는 실체로 정의된다. 의제이론의 이해에 따르면 person은 일종의 ‘사법적 가면’으로 도덕이론이 고도의 가치성을 부여하는 그러한 가치를 증진하는 데 어떤 실체가 이바지한다면 그 실체는 법에서 person으로 적정하게 취급될 수 있다. 셋째, 자연의 권리를 인정한다면 이른바 대표(representation)의 문제가 발생하는데 이는 후견제도(gaurdianship)로 나타난다. 자연의 권리는 현실에서 후견인에 의해 행사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후견제도는 크게 두 가지 모델, 곧 에콰도르모델(‘전체로서 자연 모델’)과 뉴질랜드 모델(‘특정 생태계 모델’)로 나뉜다.
자연의 권리론의 실천적 함의는 다음에서 찾을 수 있다. 첫째 자연의 권리와 인간의 권리 사이 새로운 균형 찾기, 둘째 자연에 법적-정치적 대표의 설정: 특별수탁자(trustee) 등 후견인에 의한 대변을 통해 자연에 고유한 당사자자격 부여, 셋째, 자연을 위한 지지 행위로 복원 운동의 강력한 근거 기반 제공.
제주 남방큰돌래에 법인격을 부여하려는 최근의 이론적 시도(이른바 생태법인(Eco Legal Person) 도입론)는 한국 사회에서 자연의 권리 운동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제주 남방큰돌고래의 자연적 권리를 인정함으로써 우리는 시민사회와 전문가와 지역사회 등의 포괄적 참여를 통한 포용적 거버넌스를 구축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돌고래의 본래 가치와 고유한 이익을 수호할 수 있다. 남방큰돌래의 이동의 자유와 서식지에 대한 권리 보호는 해양생태계의 효과적인 보전 관리로 이어질 수 있다.
[차례]
I. 들어가며: 법적 권리의 성립과 자연의 권리
II. 자연의 권리의 과학적-윤리적 기반과 인간중심주의에의 도전
III. 자연의 권리 정당화를 둘러싼 몇 가지 쟁점
IV. 자연의 권리가 현행 환경소송 실무에 미칠 잠재적 영향
V. 자연의 권리 전략 적용사례: 제주 남방큰돌고래의 권리와 해양생태계의 보호
VI. 나가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