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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위한 법] 사외이사가 된 ‘자연(Nature)’(법률신문 칼럼 2024/08/07) 과  Nature on the Board 오픈소스
  • 2024-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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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화장품 회사 2022년 첫 시도
작년에는 애플 CEO 팀 쿡이 광고
기업 전략 전환 계기 될지 관심

 

기업의 의사결정에 자연의 권리를 반영할 수 있을까? 2023년 9월 CEO인 팀쿡이 직접 출연해 화제가 된 애플의 광고는 기업의 대표가 ‘마더 네이처(Mother Nature)’에게 직접 탄소중립 성과를 보고한다. 마더 네이처는 엄숙한 표정으로 애플의 이사진을 혹독하게 몰아친다. 해당 광고는 사실도 아닐뿐더러 새로운 제품 출시에 대한 광고로 그린워싱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자연의 권리를 기업의 경영에 반영하기 위해서는 실제로 자연(Nature)을 이사회의 맴버로 임명하자는 “자연을 이사회로(Nature on the Board)”라는 이니셔티브가 있다. 또한 실제로 주요 의사결정에 자연의 의사를 반영하려는 시도를 하는 회사들이 있다.


최초의 사례는 ‘페이스인네이처(FAITH IN NATURE)’라는 영국의 한 화장품 회사이다. 페이스인네이처는 1974년 설립한 이후 제품과 사업 정신에 자연에 대한 존중을 반영해왔다. 그러나 이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회사의 사업활동은 전방위적으로 자연계에 영향을 미치지만, 자연계는 사업활동의 결정에 아무런 발언권도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 의사결정의 거버넌스 안에 자연의 권리가 반영될 수 있도록 해 사업활동에 있어 자연을 고려한 책임감 있는 결정을 할 수 있는 방법을 도입했다. 2022년 8월 페이스인네이처는 자연을 사외이사로 임명하기로 결정하였으며, 이로써 자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의사결정에 대해 공식 투표권을 자연에 부여한 세계 최초의 회사가 되었다.


‘자연’은 실제로 어떻게 이사회에 참여할까? 페이스인네이처는 자연의 후견인으로 자연을 위한 변호사의 이사인 브론티 안셀을 사외이사로 임명했다. 자연을 이사회의 맴버로 임명한 이후 1년에 대한 활동보고서를 발간했으며, 다른 회사들도 사례를 참고할 수 있도록 오픈소스 가이드도 편찬했다.


활동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1년간 사외이사인 자연에 절차적, 실질적 권리를 부여했다. 정보에 근거한 결정을 내리기 위한 충분한 정보접근권, 회의에 참석하여 스스로 결정할 권리, 예산에 대한 권리 등이다.


또한 정관을 개정해 회사의 목적에 영리적 성공의 도모뿐 아니라 자연에 대한 장기적 의무를 규정했으며, 자연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후견인의 의무와 책임에 대해서도 정했다. 이러한 내용이 형식적인 것에 지나지 않도록 이사회가 자연의 조언에 반하는 결정을 내릴 경우 그에 대한 이유를 적시할 의무도 부여했다.


‘자연을 이사회로’ 이니셔티브는 자연을 이사로 두는 궁극적인 이유가 회사의 의사결정에 권위주의적인 녹색경찰을 임명하기 위함이 아니라고 말한다. 이는 자연 세계까지 포함하여 충분한 정보에 입각해 더 나은 결정을 내리기 위한 것이다. 인간 중심적인 비즈니스 세계에 생태 중심적인 렌즈를 도입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자연의 후견인으로 의사결정에 실제 참여하는 사람들은 환경 변호사 등 자연세계에 대한 전문지식과 통찰력을 근간으로 비즈니스 환경에 자연 우선의 관점, 자연의 권리를 통합하려는 근본적 시도를 하는 자이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니셔티브는 애플의 광고에서 마더 네이처가 이사회를 감시하고 채근하는 듯한 모습이 본래 취지와는 다르다고 평한다. 이들은 자연이 이사회에 참여함으로써 보다 신중한 의사 결정, 자연계에 미치는 영향 감소, 환경 영향에 대한 세부적인 검토 역량 강화, 마케팅 기회 증가 등 회사 자체에 이득이 많다고 주장한다.


이니셔티브는 영국 법률 해석에 의해 자연이 CEO를 맡는 것은 어려울 수 있어도, 이사를 맡는 것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이론적 뒷받침도 제공한다. 페이스인네이처 외에도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인 ‘하우스오브헤크니’, 전기자전거 엔지니어링 회사인 ‘인트라드라이브’, 목적 기반 기업들의 이니셔티브인 ‘더 나은 기업 네트워크’, 비영리단체인 ‘케이브 크릭 케니언의 친구들’이 자연을 이사회 멤버로 임명하는 데 동참했다. 아직은 자연이 이사회에 참여해 눈에 띄게 달라진 기업의 의사결정 사례는 나오고 있지 않으나, 여러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흥미로운 변화인 듯하다.

 

법률신문 2024/08/07 칼럼 [공익을 위하여]

사외이사가 된 ‘자연(Nature) - 지현영(녹색전환연구소 부소장·지구법학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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